어제밤 부터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번개가 치며 심상치 않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흐리고 낮에는 눈발이 막 날린다.
봄비가 간간히 오던 3월 초와 햇빛이 봄을 알리던 중순 그리고 ..... 거지 같은 날씨의 3월말.
이제 다음 주면 썸머타임이 시작되고 기나긴 날이 다시 시작된다.
그렇게 1년의 시작, 봄이 시작되고 다시 계절은 흐른다.
오랜만에 눈오는 3월의 어느 날을 보내다가 문득 한국에서의 그 날이 생각난다.
2004년 3월 5일.
유난히 흐리던 아침 어학원이 있는 대학로에 도착하니 이미 눈이 여기저기 쌓여있다.
눈 쌓인 마로니에 공원
그 전에는 왜 모르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3월에 눈이 오니까 마음이 포근해진다.
약간 일찍 출발해서 눈 오는 풍경을 담고 딱딱한 수업이 있는 어학원으로 들어간다.
어학원이 선생님 사정으로 약간 일찍 마쳐서 대학로의 뒷동네 쪽을 올라가 보기로 한다.
추운 날인데도 불구하고 집도 없이 주차장 한구석에 또아리를 틀고 잠이 든 강아지.
어지럽게 산비탈에 빼곡히 들어선 주택들과
그 사이에 경계를 둔 산언덕의 모습이 오늘은 그다지 메말라 보이지 않는다.
모두 눈 덕분이겠지...
주택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드디어 서울이 한 눈에 들어올만한 곳에 이르러서는 깜짝 놀랐다.
산성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원을 찾았기 때문.
꾀 넓어보이는 산책로를 다가보기엔 힘들어 대충 둘러보고 맑은 날 다시 와 보기로 한다.
비록 1년도 살지 않았던 서울 생활 이지만 눈오는 날 서울의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부지런한 관리인들 덕분에 계단을 오르기가 어렵지 않았다.
오늘 눈이 와서 그런지 불현듯 그 날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