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보신 분이라면 정말 강추. 물론 보셨던 분은 다시 보셔도 재미있을듯. 양심을 모르고 살았던 퇴역장교와 양심과 신념, 주관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는 명문고등학생의 이야기. 특히 영화 중간 눈을 뗄수없게 만드는 명장면과 마지막 알파치노의 연설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명장면들이다.
자주 가는 네이버 영화 네티즌리뷰에 아주 유치한 질문이 하나 올라 왔었다.. 우문현답이 있어 퍼왔습니다. 스포가 되니까 영화 보신 분들 만 클릭.
우문: '왜 나쁜 짓을 한 아이들을 고발하지 않은게 신념을 지키는 일이냐?'
현답: 프랭크(알파치노)가 말하고자 했던건 의리를 지키느냐 마느냐가 아니죠.
영화 초반부를 보시면 교장이 재규어를 타고 다니는것에 학생들끼리 여러 말들이 오가는걸 볼 수가 있을겁니다. 여러가지 농담들이 오가고 그중에선 윗분들한테 아부좀 했을거라는 식의 얘기도 오가죠. 풍선 사건이 있은 후, 실제로 교장은 재규어가 공적으로 협찬? 받은 거라고 말을 해줍니다. "학교의 것"이라고 말이죠.
이 부분에서 웃기지 않았나요? 그 장난기많은 3명의 학생이 왜 그런 장난을 쳤는지 아직도 전혀 이해를 못하신다면 그냥 이 글 마저 읽지 마시고 그렇게 생각하신채 살면 됩니다.
물론 그 장난이 과하다고 볼 수도 있죠.
"룰루랄라 즐겁게 재규어타고 등교했는데 갑자기 위에서 풍선이 커지더니 터트렸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문제는 이게 과연 학교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였을까요? 이렇게 생각이 된다면 님은 그 교장의 연설에 넘어간거겠죠. 프랭크(알파치노)가 마지막 대변을 하기전까지의 앉아있던 그 아이들속에 님도 계신겁니다. 고개를 끄덕였겠죠. 님이 했던 말처럼 "양아치 놈들이 저지른 파렴치한 일" 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안합니다. 아마 영화를 보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구요.
교장의 추태를 간접적으로 비난한 학생들의 장난섞인 일침이었다고 . 그러므로 이 문제는 교장이 개인적인 일로 나서서 그 아이들을 찾아내 꾸짖거나 분이 안풀리면 부모에게 찾아가 사과를 받거나 재규어와 옷의 세탁비를 받아내는걸로 충분히 끝날 수 있었다는 거죠.
하지만 교장은 자신의 피해는 학교의 피해라는 말도안되는 논리를 내세우며 관련된 모든 학생들을 퇴학조치를 해버리겠다며 심지어 가담하지 않은 학생 두명도 그저 목격했는데 누군지 말을 안해준다는 이유로 같은 처벌을 내리겠다는 협박을 하죠.
마지막 장면 보셨듯이 교장은 끝까지 자신과 자신이 운전하는 재규어에 피해입은걸 학교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자신의 분노를 학교의 분노로 위장한채 칼날을 목격자 2명에게 들이댑니다.
프랭크 슬레이드는 말하죠.
"당신은 왜 그에게 영혼을 팔라고 하는가. 이게 이 학교의 신념인가."
찰리에게 하버드 입학을 시켜주겠다며 구슬렸던 교장에게 했던 말입니다.
프랭크는 지금껏 올바른 길들을 많이 봐왔지만 자신은 그 길을 걷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려웠기 때문에.
찰리는 그 3명이 누군지 확실히 목격했지만 말하고 싶지 않다고 판단한거죠. 자신이 그 자리에서 밀고를 해서 3명의 학생이 퇴학 처분을 받는 것을 하버드와 맞바꾸지 않는다는 겁니다. 님이 보기에도 그랬겠지만 어리석죠? 저같았어도 아마 그냥 "나중에 3명학생들한테 보복당하고 그냥 하버드 가고 말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이런 모습을 배반한 찰리의 굳은 신념에 프랭크가 감명해서 대변을 시작한겁니다.
3명의 학생들한테 보복당하는게 더 두려울까요.
눈앞에 놓인 하버드를 놓치고 퇴학까지 당하는게 더 두려울까요.
전 후자쪽이 더 두렵군요. 찰리가 단순히 저와같았다면 우물쭈물하다가 결국엔 3명의 이름을 말했겠죠. 프랭크역시 어린시절이었다면 그랬을것이구요. 누구나 자신의 신념과 영혼을 그저 기회만 오면 팔려고
하거든요. 영화는 이런것들이 노년에 가져오는건 공허감과 육체덩어리뿐이라고 알려주는것 같구요.
영화에서 프랭크가 형집에가죠. 거기서 듣는건 결국 쓰레기라는 소리. 오로지 두려움을 피하고만 살았고 이익을 위해 영혼을 팔면서 살았던 어느 노년의 앞이안보이는 할아버지가 평범하지만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살아가는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겪게되는 여러가지 사건을 그린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이런부분에 대해서 영화를 본 제 느낌은
중간에 잠깐 프랭크와 찰리가 "양심"에 대해 얘기를 나눕니다. 프랭크가 딱 잘라말하죠. 덧없고 부질없는 짓이라고, 우린 항상 주위에서 "고백해라" "밀고해라" "불어라" "이래라 저래라" 란 말들을 수없이 듣고 삽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를 위한것인가, 누구를 위해 고백을 해야하고 밀고를 해야하는것인가.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망설이는 나 자신에게 주변 사람들은 "양심"이라는 포장지를 주면서 당연한거니 안심하라고 합니다.
이익과 성공을 위해서 한없이 밀고하고 진정으로 올바른 길이 보이는데도 두려워서 가지 못했던 프랭크 슬레이드는 눈앞이 안보이는 장님이 되어서야 깨닫습니다. 양심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수많은 두려움들, 결국엔 포장이 풀리고 인생의 종착지점에선 한없이 외롭고 두려워지는, 누구도 자신을 찾길 꺼려하는, 그래서 남는건 공허감 밖에 없는 "양심"이라는 허울뿐인 이상.... 양심이란 명목아래 팔았던 나의 영혼 나의 잃어버린 주관에 대해 곱씹어보게 해주는 영화였던것 같습니다.